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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쑤시개

독백 .. #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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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몇 분이 지났을까.  

 3층에서 다시 쿵쿵 소리가 들리자 K는 카메라를 끄고 옥상에서 내려가려 했다. 어두운 불빛으로 희미한 계단은 더욱더 가파라보인다. K 는 헛딛을까 엉거주춤 거리며 난간을 꼭 붙들고 계단을 밟았다. 흔들면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대충 납땜을 해놓은 난간이건만 이나마 위안이 된다. 그러면서도 카메라가 더 소중한지 한손으로는 카메라를 꼭 붙들고 있다.

 계단을 내려와 3층에 다다르자 열쇠로 문과 씨름을 하고 있는 A씨가 보였다. 허리는 반쯤 굽었고, 열쇠를 든 손은 파르르 떨렸으며 다리는 마구 휘청거렸다. 문을 뽀갤 심산인지 머리로 자꾸만 찍어대고 있다. 꼴을 보아하니 또 술에 취한 것이리라. 혼자서 머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웅얼웅얼 거리며 열쇠를 문에 맞추지 못하고 저렇게 문에 머리를 찍어대기를 반복고 있는 것이다. 

 A씨의 방은 K 의 방과 층수만 다를 뿐 위치가 같다. 그래서 술에 취한 A 씨가 술에 취한채 K 의 방에 와서는 지금처럼 머리로 문을 쿵쿵 찍어대며 문과 씨름을 종종하곤 한다. 처음엔 지치면 포기하겠지 하고 무시하곤 했지만 한두번도 아니라, 몇 개월째 반복되니 K 는 그닥 달갑지 않았다. 한번은 문을 박차고 나가 소리를 지른적이 있는데, 그 때 술에 취한 A가 무어무어라 웅얼웅얼거렸지만 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수가 없었다. 이건 흡사 벽을 놓고 소리 지른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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